비트코인과 미국의 국가부채 전략
최근 미국 정치권에서는 비트코인을 국가 자산으로 전략적 비축하자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시작된 움직임은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 등의 입법 시도와 맞물리며 더욱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100만 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국가부채의 20%까지 상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비트코인은 단순한 디지털 자산을 넘어서 국가재정의 방어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가정이 아닌, 실제로 미국 부채가 해마다 5%씩 증가하고 비트코인 가격이 연평균 25%씩 상승할 경우 도달할 수 있는 시나리오로 분석된다. 비트코인이 이러한 속도로 성장할 경우 16년 후에는 미국의 총부채를 100% 상쇄할 수 있는 담보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 전략이 실현된다면, 비트코인은 금을 대체하는 새로운 글로벌 기축자산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한국도 비슷한 전략을 검토할 수 있다. 한국의 국가부채 규모를 감안할 때, 약 5~6만 개의 비트코인을 확보하면 미국과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한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단순한 투자수단이 아닌, 국가 자산으로 접근해야 함을 시사한다. 전 세계적으로 비트코인을 둘러싼 담론이 경제안보 차원으로 격상되면서, 향후 각국의 대응 전략이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상업은행의 위기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최근 미국 내 상업은행들이 별도의 승인 없이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암호화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단순한 금융 규제 완화를 넘어, 상업은행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결정이다. 특히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본격 유통될 경우, 예금과 대출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해 온 상업은행들의 '예대마진' 구조는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
스테이블코인의 가장 큰 특징은 은행 없이도 디지털 달러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 금융 시스템의 중심에 있던 상업은행을 우회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미국 대형은행들마저 "우리가 발행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며,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본격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미국 금융시장만의 이슈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될 경우, 각국의 통화주권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는 민간이 운영하는 스테이블코인에 비해 기능적, 정책적 제약이 많기 때문에 실질적인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수단이 무력화될 수 있으며, 통화 주권을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해진다.
대한민국의 기회와 전략적 선택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세계적 확산은 한국에도 중대한 기회를 제공한다. 스마트폰 제조 강국이며 디지털 금융 인프라가 잘 발달된 한국은 이 새로운 금융 생태계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없는 디지털 달러 예금 통장’이라면, 한국의 스마트폰은 그 예금 통장이 담기는 단말기다. 결국 금융의 중심은 어느 나라의 단말기에서 더 많이 사용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은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삼성전자나 네이버, 카카오, 국내 주요 은행들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발행하거나 관련 인프라를 구축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면, 싱가포르나 영국을 뛰어넘는 금융허브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단순히 기술력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적 결단과 전략적 실행력이 관건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여 외환 리스크를 줄이는 한편,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글로벌 유동성을 선점해야 한다. 특히 스마트폰을 단순한 전자기기가 아닌 ‘차세대 은행 지점’으로 바라보는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의 디지털 리터러시와 빠른 적응력은 이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강력한 기반이다.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금융 주도권을 되찾고 새로운 기축 금융국가로 발돋움할 절호의 찬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