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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화폐 시대, BIS가 두려워한 비트코인

by 비트연구원 2025. 4. 18.

디지털 비트코인

BIS, 연준, CBDC의 실체는 무엇인가

CBDC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의 약자다. 표면적으로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전자화폐'로 이해되지만, 그 구조와 철학은 단순한 디지털 결제 수단과는 거리가 멀다. BIS(국제결제은행)와 미국 연준 등 주요 글로벌 금융기관은 CBDC의 정의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이들이 발행하는 보고서에서는 블록체인이나 비트코인과 같은 분산형 시스템보다는, 기존 은행 시스템 내에서의 권력 유지와 통제 구조를 더욱 강조한다.

현재의 은행 시스템은 상업은행이 중앙은행으로부터 돈을 공급받고, 이를 기반으로 민간에 대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과정에서 상업은행은 단기 저축을 바탕으로 장기 대출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 신용 창출이 국가 경제의 핵심 엔진 역할을 한다. 그런데 만약 중앙은행이 CBDC를 통해 국민 개인과 기업에게 직접 돈을 발행하게 되면, 기존 상업은행 시스템은 사실상 붕괴 위기에 직면한다. 왜냐하면 그 순간부터 사람들은 굳이 은행에 예금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즉, CBDC는 단순히 기술적인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기존 금융 시스템을 통째로 바꾸는 패러다임 전환이며, BIS는 이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BIS 보고서는 CBDC가 국경을 자유롭게 넘을 경우, 자본 흐름 통제가 어려워지고 거시경제 정책 수단이 약화된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특히 경제 기반이 약한 국가들에서는 달러 기반의 CBDC가 자국 통화를 빠르게 대체할 수 있고, 이로 인해 통화 주권이 상실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원 인증과 암호화 기술, 비트코인과의 차이

CBDC가 기존 디지털 머니나 비트코인과 다른 가장 큰 차이는 신원 인증 방식에 있다. 현재의 금융 시스템에서는 사용자의 '사람'을 인증한다. 계좌를 개설하거나 대출을 받을 때 이름, 주민번호, 소득, 직장 등 다양한 신원 정보를 검증해야 한다. 반면 비트코인 시스템은 '암호 키'를 인증한다. 누구인지보다는 어떤 키를 소유하고 있는지가 거래의 전제가 되는 구조다. 이것이 바로 비트코인이 탈중앙화된 시스템으로 분류되는 근거다.

하지만 CBDC는 이런 방식과는 정반대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계획 중인 CBDC는 사용자의 신원을 완전히 파악하는 구조로 설계되고 있다. 익명성은 철저히 배제되며, 거래의 모든 흐름은 추적 가능하고 통제 가능한 방식으로 설계된다. 여기에 GPS나 스마트폰 인증 기능이 결합되면, 국가가 국민의 지갑 위치와 사용 내역까지 파악할 수 있는 초감시 체계가 완성된다.

이러한 시스템은 효율성과 투명성이라는 명목으로 추진되지만, 개인정보와 자유의 관점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검열 저항성을 갖추고 있지만, CBDC는 오히려 중앙 권력에 의해 검열이 가능하도록 설계된다. 그래서 BIS나 IMF가 말하는 CBDC는 기술적으로는 비트코인을 닮았다고 주장하면서도, 철학적으로는 전혀 다른 방향을 지향한다. 결국 CBDC의 탄생은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재편을 의미하고, 이는 곧 권력의 재배치를 의미한다.

아토믹스왑과 금융의 탈중앙화 기술

CBDC와 비트코인을 비교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기술이 있다. 바로 '아토믹 스왑(Atomic Swap)'이라는 개념이다. 아토믹 스왑은 두 블록체인 간의 거래를 중개자 없이, 신뢰할 수 없는 환경에서도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제3자가 없이도 비트코인과 라이트코인을 교환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거래의 원자성, 즉 "완전히 일어나거나 전혀 일어나지 않는" 성질을 보장해 주기 때문에 금융 시스템의 신뢰 문제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비트코인을 갖고 있고, 다른 누군가는 이더리움을 갖고 있을 때, 아토믹스왑 기술을 이용하면 양자는 서로를 신뢰하지 않아도 거래를 진행할 수 있다. 비밀번호를 이용한 시간 잠금(Time Lock) 장치를 통해, 조건이 맞지 않으면 거래가 자동으로 취소되고, 맞으면 자동으로 실행된다. 이로 인해 중개 기관 없이도 안전한 금융 거래가 가능해진다.

이 기술은 단지 기술적 진보에 그치지 않는다. 중앙화된 금융 시스템, 특히 국가의 통제 아래 있는 통화 시스템을 우회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 실제로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중앙은행들이 CBDC를 추진하면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배제하려는 이유는 이 기술이 가진 '자율성' 때문이다. 아토믹스왑과 같은 시스템은 통제 불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고, 이는 국가권력의 입장에서는 매우 위협적인 요소다.

따라서 우리가 CBDC를 논의할 때 단순히 '디지털화폐'라는 겉모습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떤 기술 위에서 움직이고, 어떤 철학과 목적을 내포하고 있는지를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 기술은 중립적이지만, 그 기술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주체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이 글은 현재 BIS 보고서, 연준의 입장, 그리고 CBDC의 기술적·철학적 함의를 바탕으로 작성된 개인적 분석이다. 글의 목적은 특정 기술이나 정책을 찬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보다 깊이 있는 이해와 토론을 위해 시야를 확장하는 데 있다. CBDC가 만들어질 수도 있고, 만들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반드시 권력과 철학, 그리고 지정학이 얽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지금의 논의가 단순한 금융 혁신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의 형성이라는 관점에서 접근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글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