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ER 경기침체 지표, 이미 들어왔는데 왜 발표를 안 할까?
나는 최근 미국 경제에 대한 흐름을 관찰하면서 가장 이상하다고 느낀 점이 하나 있다. 바로 NBER의 경기침체 선언 지연이다. 미국의 공식적인 경기침체 판단 기관인 NBER(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은 보통 경기 침체를 감지하고 나서 6~10개월 후에 이를 선언한다. 하지만 2022년 10월 이후, 경기침체 신호가 분명히 잡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침체는 없다"는 발표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NBER이 추적하는 선행 지표 10개 모두가 경기침체를 시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 경제가 실질적으로 위축되고 있으며, 기업들의 투자와 소비자들의 지출이 둔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경기침체 선언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여기에 정치적인 계산이 얽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바이든 정부 하에서의 경제 상황을 ‘침체’라고 규정하게 되면, 이는 민주당에게 큰 타격이 된다. 반대로, 트럼프가 재집권한 이후에 공식적인 경기침체 선언이 나올 경우, 이를 ‘전 정권 탓’으로 돌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이처럼 경제 데이터마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분위기가 현재 미국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조는 연준(Fed)의 정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연준은 명목상으로는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 결정’을 고수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시장과 정치의 압력을 무시할 수 없다. 금리를 올려야 할 때 올리지 못하고, 내려야 할 때 내리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지금 미국 경제는 경기침체를 맞았음에도 이를 선언하지 못하는 기이한 상태에 놓여 있는 셈이다.
트럼프 vs 파월, 기준금리 인하를 둘러싼 기싸움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일 연준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금은 금리를 내려야 할 때"라고 명확히 말하고 있고, 연준 의장인 제롬 파월에게 공개적으로 경고성 발언을 날리기도 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언급이 아니라, 미국 경제를 바라보는 방향성이 갈리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트럼프는 기준금리를 낮춰야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고, 무역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달러 약세를 유도해 수출을 증가시키고자 하는 전략도 깔려 있다. 반면 파월 의장은 여전히 인플레이션 압력을 경계하며, 금리 인하가 성급하다는 입장이다.
나는 이 상황을 마치 대통령과 중앙은행의 ‘경제 시소게임’처럼 느낀다. 서로가 다른 무게로 시소에 올라 있고, 어느 쪽이 더 오래 버티느냐에 따라 향후 정책이 결정되는 구조다. 하지만 이미 시장은 금리 인하 쪽으로 마음이 기운 상태다. 주식 시장과 채권 시장 모두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여기고 움직이고 있다.
이 갈등 구조는 단지 인물 간의 대립이 아니라, 통화정책의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정치와 경제의 싸움이다. 그리고 이 싸움은 투자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시그널을 제공한다. 왜냐하면 기준금리가 실제로 인하되기 시작하면, 시장 전체에 새로운 유동성의 물결이 들어오고, 이는 자산 가격의 상승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 시 자산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가장 먼저 반응하는 자산은 두 가지다. 바로 주식시장과 비트코인 같은 위험자산이다. 이 둘은 유동성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금리가 낮아지면 기업의 이자 비용이 줄어들고, 소비자들의 지출 여력이 늘어나기 때문에 실물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은 먼저 반등을 시도한다.
그런데 이번 사이클에서는 비트코인의 반응이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비트코인 시장에는 기관 자금이 들어와 있고, ETF를 통한 대규모 매입이 시작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가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으로 공식 도입하려는 기조까지 더해지면, 가격 상승의 속도는 주식시장을 넘어설 수도 있다.
또한 금리 인하가 현실화되면, 달러 가치는 약세로 돌아서게 된다. 이는 비트코인과 금 같은 대체 자산의 강세를 부른다.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 방어 수단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디지털 금이라는 타이틀을 다시 부여받게 된다. 실물 금보다 이동성과 저장성이 뛰어난 비트코인은 이 시점에 매우 주목받는 자산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나는 금리 인하 이후의 시나리오를 이렇게 그린다. 먼저 비트코인이 움직인다. 그다음 주식시장이 뒤따르고, 마지막으로는 부동산과 실물 자산이 반응한다. 이 흐름은 과거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양적완화 국면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던 패턴이다.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미국 경제는 지금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안으로는 곳곳에서 ‘침체’의 신호가 울리고 있다. NBER의 침묵, 연준의 주저, 그리고 트럼프의 압박까지, 이 모든 흐름은 결국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이라는 큰 물줄기로 모이고 있다. 그리고 그 물줄기가 도달할 첫 번째 자산은 바로 비트코인일 가능성이 크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이 향후 몇 년간 투자 시장의 전환점을 가를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겉으로는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시기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새로운 기회가 숨어 있다. 기준금리는 내려가고, 유동성은 다시 풀리고, 자산 시장은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할 것이다.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답은 이미 나와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