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감독청으로 넘어간 스테이블코인 규제 권한
최근 미국에서 진행 중인 스테이블코인 규제 움직임을 보며, 나는 이 변화가 단순한 ‘법안 조정’이 아니라 금융 패권의 주도권을 둘러싼 대전환이라고 느꼈다. 그 핵심에는 바로 통화감독청(OCC: Office of the Comptroller of the Currency)이 있다. 기존에는 SEC(미 증권거래위원회)가 암호화폐 전반을 관할하며 스테이블코인도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지만, 이제는 스테이블코인만 별도로 떼어 통화정책의 범주로 이관하려는 움직임이 명확해지고 있다.
이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스테이블코인이 ‘증권’이 아닌 ‘통화’의 개념으로 접근된다는 점은, 스테이블코인을 사실상 디지털 달러의 일환으로 인정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흐름은 미국이 민간 주도의 디지털 통화 생태계를 인정하고 관리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비트코인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왜냐하면,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 거래와 가격 안정성에 직접 영향을 주는 유동성 수단이기 때문이다.
SEC에서 OCC로 규제 권한이 넘어간다는 건 단지 담당 기관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 스테이블코인의 성격 자체가 증권에서 '준통화'로 바뀌는 법적 인정이 동반된다. 이는 미국의 금융 시스템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얼마나 전략적으로 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앞으로는 테더(USDT), 서클(USDC) 같은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이 보다 공식적인 금융 시스템 안에서 작동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스타벅스 사례로 본 스테이블코인의 확산 가능성
내가 스테이블코인의 미래를 체감할 수 있었던 사례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스타벅스다. 많은 사람들은 스타벅스를 단순한 커피 브랜드로 보지만, 금융적 관점에서 보면 이 기업은 자체 결제 시스템과 포인트 생태계를 운영하는 거대한 금융 네트워크이기도 하다. 스타벅스는 이미 수십억 달러 규모의 미사용 포인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사실상 일종의 '내부 통화'를 굴리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고 상상해 본다. 포인트를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하고,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에서 동일하게 사용 가능하게 만들면, 단일화된 글로벌 결제 시스템이 형성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디지털 경제에서의 실질적인 달러 사용 확대를 뜻한다.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대형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통해 자사의 고객에게 더 빠르고 저렴한 송금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기업 간 거래(B2B)나 국제 송금에서 그 효율성은 두드러질 것이다. 결국 이러한 흐름은 미국 정부가 스테이블코인을 민간의 손을 빌려 글로벌화시키려는 의도와 맞닿아 있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비트코인에게도 매우 중요한 신호라고 본다.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되면, 비트코인 매매의 유동성 기반이 강화된다. 지금처럼 거래소마다 가격이 제각각이거나, 국가마다 법정화폐 접근성이 다르면 시장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USDT, USDC 같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이 통일된 결제 수단으로 정착된다면, 비트코인의 실질적인 활용도도 높아질 것이다.
연준의 CBDC 전략과 글로벌 통화의 서막
이제 많은 사람들이 묻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미국 연준은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를 포기하는 겁니까?” 내 생각은 ‘아니다’다. 미국은 단지 스테이블코인을 ‘먼저’ 내세워 시장 테스트를 민간에게 맡기고 있는 중이다. 이후 CBDC가 도입되더라도, 기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활용하거나 그 위에 올라타는 형태로 통합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파월 연준 의장은 CBDC에 대해 “의회의 지시가 없이는 추진하지 않겠다”라고 언급하고 있지만, 이는 표면적인 입장일 뿐이다. 미국은 이미 여러 연구기관과 계약을 맺고 CBDC의 설계와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은 디지털 유로화를 2025년 전후로 공식 발행할 예정이며, 중국은 이미 디지털 위안화의 시범 운영을 마쳤다.
이처럼 전 세계는 지금 디지털 통화 패권을 향한 경쟁의 초입에 들어섰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다. 누구의 통화가 전 세계에서 얼마나 많이 쓰이느냐가 승패를 좌우한다. 미국 입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통화 정책에서 가장 유력한 무기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비트코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이중적이다.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되면 거래 수단으로써의 유동성과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지만, 동시에 정부의 통제력이 커지면서 자유로운 탈중앙화라는 본래의 이상이 훼손될 수 있는 우려도 있다. 나는 그래서 이 상황을 ‘양날의 검’이라고 본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검을 지금 미국이 잡고 있고,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비트코인의 미래 가치도 영향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지금 미국이 추진 중인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와 규제 체계 정비는 단순한 기술 규제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달러 패권을 지키기 위한 금융 전략이자, 글로벌 디지털 화폐에서 선제적으로 이니셔티브를 잡기 위한 수단이다. 나는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이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왜냐하면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될수록, 비트코인의 유통 환경이 안정화되고,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는 더 많은 기업들이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더 많은 국가들이 이에 대응하기 위한 디지털 통화를 준비하는 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 이 모든 흐름 속에서 비트코인은 여전히 ‘자유’와 ‘분산’의 상징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금 이 시점에서 비트코인을 이해하고, 그 의미를 재해석하려는 노력이 더더욱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