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주식보다 덜 빠진 이유는?
최근 글로벌 자산 시장이 혼란에 빠지면서 비트코인 역시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미국 증시가 10% 가까이 폭락한 이틀 동안 비트코인은 8만 달러 선이 붕괴되며 7만 중반대까지 하락하였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낙폭은 제한적이었다. 오히려 비트코인의 가격 하락은 나스닥보다 덜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 당시 비트코인은 하루 만에 50% 가까이 급락한 바 있다. 이번 하락에서 비트코인은 약 10% 수준의 조정을 받았지만, 이는 당시와 비교하면 현저히 작은 낙폭이다. 이는 개인 투자자보다 기관 투자자의 비중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는 1억 달러어치가 청산됐고, 선물 시장에서도 10억 달러 규모의 강제 청산이 발생했지만, 전체 낙폭은 제한적이었다.
또한 기술주의 급락과도 비교할 수 있다. 최근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11% 이상 급락했는데, 이에 비해 비트코인의 하락률은 오히려 낮았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기술주와 비트코인의 상관관계가 여전히 존재함을 의미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비트코인의 독립성이 점점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관계수 0.65 수준으로 나스닥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지만, 회복 시점은 비트코인이 더 빠르다는 점도 확인된 바 있다.
비트코인은 하루 24시간, 365일 거래되며 언제든 매매가 가능하다는 특성상 시장의 선제적 반응을 주도하는 자산이기도 하다. 따라서 기관은 위기 시 비트코인을 먼저 정리하면서 장부를 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하락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나타났고, 이는 향후 반등 시 비트코인이 주식보다 더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스테이블 코인, 트럼프가 키우는 이유는?
이번 하락장 속에서도 스테이블 코인의 역할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그의 경제 전략 중 하나로 ‘달러 스테이블 코인’의 부상이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는 스테이블 코인을 미국 경제의 보완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으며, 실제로 관련 법안도 의회에 제출된 상태다.
미국은 지금 막대한 재정적자와 국채 만기 문제에 직면해 있다. 2025년 한 해 동안 만기가 돌아오는 미국 국채는 약 9조 달러 규모이며, 이 중 약 5조 달러는 신규 발행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채권 수요처였던 중국은 미국 국채를 더 이상 누적하지 않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도 감소하고 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테더(USDT)와 같은 스테이블 코인이다. 테더 사는 2024년에만도 미국 국채를 대규모로 매입하였으며, 그 규모는 국가 순위로는 세계 7위 수준에 해당한다.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미국 국채 수요를 창출하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는 이러한 흐름을 이용해 달러의 패권을 유지하고자 한다. 위안화나 엔화, 유로화 같은 기존 기축 통화가 미국 달러를 대체하는 상황을 경계하고, 차라리 조정 불가능한 비트코인보다는 스테이블 코인을 확대하여 통화 정책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달러 스테이블 코인을 전략적으로 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세, 비트코인의 기회인가 위기인가?
현재 미중 간의 관세 갈등은 다시 한번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대해 104%의 상호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글로벌 무역 질서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비트코인과 같은 대체 자산에는 양면의 영향을 줄 수 있다.
먼저, 만약 관세가 격화되어 글로벌 경기 침체나 공황으로 이어진다면 비트코인 역시 급격한 하락을 피할 수 없다. 모든 자산이 동시에 하락하는 위기 국면에서는 비트코인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반대로 각국이 자본 통제에 나서고, 국제 결제 수단으로써 비트코인을 활용하려는 흐름이 확산된다면 이는 비트코인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는 스위프트 망에서 배제된 이후 대체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이나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아프리카나 남미 일부 국가는 자국 통화의 변동성과 높은 인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해 이미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 역시 달러의 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스테이블 코인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무역 결제 구조에 비트코인이 자연스럽게 편입될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
따라서 관세가 격화되더라도 적절한 타협이 이루어진다면, 세계 무역의 블록화가 진전되며 비트코인과 스테이블 코인의 활용 범위는 더욱 넓어질 수 있다. 특히 국경 없는 자산이라는 특성을 가진 비트코인은 향후 글로벌 금융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
하락장 속 전략은 '차트'에 있다
2023년은 FTX 사태 이후 침체된 시장 속에서도 비트코인이 3천만 원에서 6천만 원까지 조용히 세 배 상승한 해였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을 때 오히려 가장 큰 상승이 일어났던 것이다. 이번 하락이 진정한 하락장의 끝이라면, 그리고 새로운 사이클의 초입이라면 지금은 포기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시장을 차분히 관찰하고 기회를 준비할 시기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의 본질을 잊지 않는 것이다. 단기적인 공포에 휩쓸리기보다는, 장기적인 흐름 속에서 매크로 변수와 기술적 분석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스스로의 투자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