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스테이블코인, 비자도 넘어섰다
최근 몇 년 사이, 금융 시장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달러와 1:1로 연동된 디지털 자산, 이른바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폭발적인 성장이다. 이미 테더(USDT), USDC, DAI 등 다양한 종류가 존재하며, 이들의 일일 거래량은 비자(VISA)나 마스터카드(MasterCard) 같은 기존 결제망의 사용량을 초과했다는 분석도 있다. 많은 사람들은 ‘달러랑 연동된 코인’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이는 결제 시스템의 근본을 뒤흔드는 기술적 변화의 신호탄이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스마트폰 안에서 은행 없이 송금, 보관, 결제가 가능한 자산이다. 즉, 스마트폰만 있으면 은행 없이 국경을 초월한 경제 활동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미국은 이를 공식화하기 위한 법안도 추진 중이다.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은 100억 달러 미만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각 주정부가 허가하도록 한다. 이는 미국 전역에서 수많은 스테이블코인 실험이 시작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비트코인, 러시아와 중국의 결제 실험 시작
중국과 러시아가 에너지 결제에 비트코인을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는 아직 실험적이고 상징적인 수준일 가능성이 크지만, 미국 중심의 금융 시스템을 우회하려는 국가들의 움직임으로 주목할 만하다. 특히 러시아는 자국 내 풍부한 가스와 추운 기후 덕분에 비트코인 채굴에 매우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채굴된 비트코인을 자산 보유나 결제에 활용한다면, 이는 기존 국제 무역 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SWIFT 퇴출이라는 제재를 겪으며,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으로 진지하게 검토하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은 중앙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제재를 회피하려는 국가에겐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반면 중국은 식량과 에너지의 자급이 어려워 비트코인보다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대체 결제 수단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과 금융공학, 생태계의 확장
비트코인의 약점으로 지적되어 온 ‘가격 변동성’ 문제는 최근 금융공학과 스마트 계약 기술의 발전으로 점차 해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 계약을 통해 고정된 금액을 거래 상대방에게 보장하고, 가격 변동에 따른 리스크는 중개 기관이 해지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이로써 실시간 가격 변화에 따른 거래 불안을 줄일 수 있다. 이런 방식은 특히 나이지리아 같은 신흥국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암시장 환율과 공식 환율 차이가 큰 나라에서는 직접적인 송금보다 스테이블코인과 비트코인을 통한 가치 교환이 실질적이다.
또한, 프랑스 국영 에너지 기업이 신재생 에너지로 비트코인을 채굴하겠다고 선언한 것처럼, 친환경 채굴 또한 현실화되고 있다. 풍력·태양광은 전력 공급이 불규칙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 남는 전기를 활용해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필요할 때는 그 비트코인을 팔아 전기 설비를 확충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해졌다. 이는 비트코인이 단지 금융 자산이 아니라 에너지 산업과도 깊이 연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토큰화된 부동산, 다음 혁명은 ‘강남 아파트’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부동산 시장의 구조까지 바꾸고 있다. 특히 ‘부동산 토큰화’는 미래 금융의 핵심이 될 수 있다. 이는 예를 들어 강남 아파트를 10개의 토큰으로 나눠, 누구나 일정 지분을 구매해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구조다. 실거주자는 60%를 보유하고, 나머지 40%는 전 세계 투자자가 거래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기존에 진입 장벽이 높았던 부동산 투자 시장이 훨씬 유연해지고, 글로벌 자산으로서의 한국 부동산의 위상도 강화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구조는 기존에도 ‘리츠(REITs)’ 형태로 존재했지만, 블록체인을 활용한 토큰화는 훨씬 더 접근성이 높고, 거래 속도와 유연성도 뛰어나다. 특히 젊은 세대, MG세대는 비싼 강남 아파트를 소유하기 어렵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이 구조를 통해 일정 부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트코인은 달러를 보완한다
비트코인이 곧바로 달러를 대체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분명 달러를 보완하는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미국 정부조차도 이를 전략 자산으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은 이를 더욱 분명히 보여주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미국 재정의 일부분을 비트코인으로 구성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스테이블코인의 춘추전국시대, 그리고 비트코인의 생태계 확장은 단순한 가격 변동을 넘는 새로운 흐름이다. 지금은 단기 가격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어떤 자산이 미래를 바꿀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들여다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