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부탄, 4위 보유국의 비밀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으로 채택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국가는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신흥국 부탄이다. 히말라야에 위치한 이 왕국은 세계 비트코인 보유량 추정에서 미국, 중국, 영국에 이어 4위로 평가된다. 놀라운 점은 부탄이 공개적으로 비트코인을 매입하거나 채굴한다고 선언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3,000개에 달하는 보유량이 추정된다. 이는 인도를 통해 반입된 채굴기의 수와 부탄의 전력 소비 패턴을 분석한 해외 언론의 리서치에서 비롯되었다.
부탄의 전략은 간단하다. 풍부한 수력자원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잉여 전기를 활용해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외부에 거의 알리지 않은 채 자산으로 보유해 왔다. 엘살바도르처럼 공공 캠페인이나 정치적 선언 없이, 조용히 비트코인을 축적한 것이다. 현재 부탄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자국 GDP의 30%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만약 비트코인이 글로벌 자산시장에서 더 높은 신뢰를 얻게 된다면, 부탄은 중동의 산유국처럼 비트코인 기반 부국으로 재조명받을 가능성도 있다.
엘살바도르, 법정화폐 실험과 송금 수수료 절감 전략
엘살바도르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국가다. 부켈레 대통령은 이 비전을 밀어붙이며 총 6,000개가량의 비트코인을 정부 차원에서 매입했다. 하지만 그 접근 방식은 부탄과는 다르다. 부탄이 조용히 채굴로 비축했다면, 엘살바도르는 대중적 지지와 상징적 선언을 병행하며 '국가 브랜드'를 비트코인과 연결 지으려 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햄버거나 핫도그 장사들이 비트코인으로 결제받고 큰 수익을 거두며 대중의 체감도도 일정 부분 높아졌다.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적극 채택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해외 송금 수수료 절감이다. 국민의 상당수가 미국에서 일한 돈을 조국으로 송금하는데, 기존 방식은 수수료율이 5%를 넘는 경우도 있었다. 부켈레 대통령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활용하면 수수료 손실만으로 GDP의 약 5%를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소 과장된 수치일 수 있지만, 실질적인 송금 비용이 낮아졌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다만 현실적으로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 낮은 IT 문해율, IMF 등의 외압으로 인해 엘살바도르의 실험은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기보다는 상징적인 의의를 가진다. 하지만 향후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인프라 확대가 병행된다면 새로운 형태의 통화 실험이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나이지리아와 베트남, 비트코인을 실질 통화로 사용하는 이유
신흥국 중에서도 나이지리아와 베트남은 정부 차원이 아닌 국민 차원에서 비트코인의 수용도가 매우 높은 국가로 알려져 있다. 나이지리아는 자국 통화인 나이라의 가치가 최근 1년 새 반 토막 나면서 대다수 국민들이 외환 거래나 국제 결제를 위해 비트코인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암시장 환율과 공식 환율 사이의 차이가 클수록 비트코인을 통한 거래가 오히려 더 신뢰받는 상황이다.
베트남도 비슷한 상황이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으로 인해 소규모 기업이나 개인들이 수출입 거래에 제약을 받을 경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디지털 자산인 비트코인을 활용한다. 이러한 국가들에 있어 비트코인은 더 이상 단순한 투기 자산이 아닌 실질적인 결제와 가치저장의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한국은 비트코인 거래량은 많지만 실사용 수용도는 낮은 편에 속한다. 즉, 거래소 중심의 매매는 활발하나, 실생활에서의 비트코인 사용은 드물다는 뜻이다. 반면 신흥국에서는 생존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질적으로 다른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북한, 해킹과 자금 세탁의 새로운 도구로 활용
북한은 비트코인을 단순한 자산이 아닌 외화 대체 수단으로써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오랜 시간 국제 금융망에서 차단되어 온 북한은 해킹을 통해 각국의 암호화폐 거래소를 공격해 비트코인을 확보해 왔다. 대표적인 북한 해커조직인 '라자루스'는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이며, 한국의 거래소도 과거 여러 차례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보유한 비트코인은 2018년 기준 약 2만 개로 추정된다. 이는 엘살바도르나 부탄보다도 많은 수치다. 물론 이 수치는 정확한 검증이 어렵고, 대다수가 불법적인 방법으로 취득된 것이라서 공식 보유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북한은 이 비트코인을 핵무기 개발에 사용하지는 못할 것이다. 블록체인의 특성상 거래 내역이 모두 남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 외교관의 생활비, 간접적인 자금 세탁, 포섭 비용 등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상당한 유용성이 있다.
북한은 이런 기법을 통해 비트코인 지갑을 다수의 클러스터로 분산시키고, 자금 흐름을 추적하기 어렵게 만드는 방식도 동원하고 있다. 이런 전략은 결국 미국 등 서방국의 블록체인 감시 기술 발전을 동시에 촉진하는 계기도 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 실물 경제 침투와 동대문 사례
비트코인뿐 아니라 스테이블 코인도 신흥국과 한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동대문 시장에서 중국과 홍콩 상인들이 달러 대신 스테이블 코인으로 결제하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외환 규제와 은행 송금의 번거로움을 피하려는 목적이 크다. 동대문 상인들은 이를 받으면 거래소에 보내 원화로 전환하거나, 비트코인으로 바꾸어 자산으로 보유하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우리나라의 무역 결제 중 약 10%가 스테이블 코인으로 이루어진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는 기존 통계로 포착되지 않기 때문에 세금이나 통계적 신뢰도 측면에서도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디지털 자산이 실물 경제로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 패깅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루나 사태처럼 알고리즘 기반이 아닌 경우에 상대적으로 신뢰를 받는다. 하지만 여전히 법적, 제도적 리스크는 존재하며, 이 부분이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
이상으로 신흥국과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자산의 현황과 미래 전략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전통적인 금융 질서에서 배제되거나 불안정한 통화를 가진 국가들에게는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자산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실물 경제 속에서 스테이블 코인이 실질적인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의 금융과 무역, 외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 글은 내가 직접 보고, 듣고,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으로, 중립적인 시각에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썼다. 앞으로도 이러한 흐름을 꾸준히 관찰하고 정리해 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