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은 단지 ‘자산’일까?
비트코인을 처음 접했을 때 나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이걸 자산으로 받아들였다. 가격이 오르면 팔고, 떨어지면 매수해서 차익을 남기는 대상 말이다. 지금도 많은 투자자들이 그렇게 접근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됐다.
"비트코인은 정말 자산 그 이상이 아닐까?"
전통적인 자산은 정부나 기업, 누군가의 신용에 기반해 발행된다. 예금은 은행이, 주식은 기업이, 채권은 국가가 보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누구의 보증도 필요 없는 네트워크 기반 자산이다. 탈중앙화 구조로 인해 그 어떤 주체의 개입 없이도, 전 세계 사람들이 신뢰하고 가치를 인정한다. 이 점에서 비트코인은 전통적 자산과는 전혀 다른 속성을 가진다. 단순히 투자 가치 외에도 비트코인은 '사용자들 스스로가 신뢰를 형성하는 방식'을 실현한 첫 번째 디지털 시스템이다. 화폐의 근본적 역할은 교환의 수단이기 전에 신뢰의 저장소다. 그런 의미에서 비트코인은 신뢰에 기반한 새로운 문명 구조를 제안하고 있다. 나는 이 지점에서 비트코인을 자산이라기보다 규범적 시스템이라고 보기 시작했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우리가 기존 질서를 어떻게 바꾸고 싶은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에 대한 해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명의 규범으로서의 비트코인
비트코인이 제안하는 것은 단지 기술적인 혁신이 아니다. 사실 더 근본적인 변화는 비트코인이 기존 문명 구조의 규범을 다시 쓰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 사회에서 화폐는 ‘국가가 발행하고, 중앙은행이 관리하며, 정부가 조정하는’ 체제였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이를 완전히 거부하고, 코드와 합의에 기반한 규범을 만든다. 여기서 규범이란 ‘누가 정한 질서가 아닌, 모두가 동의한 시스템’이다. 나는 이 점이 굉장히 철학적이라고 느꼈다. 인간은 언제나 자유와 질서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자 한다. 비트코인은 바로 그 중간지점을 제시한다. 모두가 익명으로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지만, 동시에 엄격한 블록체인 규칙에 따라 움직인다. 즉, 자유로운 질서라는 새로운 가능성이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비트코인은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일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장이 된다. 그래서 미국의 자유주의 사상가들이나 오스트리아 경제학자들이 비트코인을 하나의 '디지털 자유주의'로 평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으로 나는 비트코인이 과연 기존 문명의 법과 질서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도 갖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규제라는 이름으로 비트코인을 통제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비트코인의 철학은 꺾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오히려 국가들이 비트코인을 포기하지 못하고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 더욱 중요하게 느껴진다. 이는 곧, 비트코인이 단지 투자 대상이 아니라 문명의 새로운 규범이 될 수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규범은 참여에서 만들어진다
비트코인이 규범이 될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조건은 바로 ‘참여’다. 나는 여기서 잭 도시(Jack Dorsey)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말한다.
“비트코인이 단순한 투자 수단에 머무른다면 실패한 것이다.”
그 말의 의미를 나는 이렇게 이해했다. 비트코인은 사용되어야만 그 철학이 유지된다. 단지 가격만 바라보고 사놓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지갑에 옮기고, 거래하고, 쓸 수 있어야 한다. 비트코인이 제안하는 규범은 자기 주권(Self-Custody), 즉 내 자산은 내가 책임지고 보관하고 사용하는 구조다. 중앙화된 시스템 속에서 맡기고 잊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 자산의 주인이 되는 순간, 규범은 현실이 된다. 우리가 각자의 개인 지갑에서 비트코인을 직접 보관하고, 일상적인 결제나 교환에 사용하게 되는 순간, 비트코인은 단순한 투자 수단을 넘어 디지털 사회의 규칙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비트코인을 모으고, 보관하고, 활용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이건 투자 수익률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새로운 사회 구조를 스스로 선택해 나가는 과정에 참여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단순한 ‘디지털 자산’을 넘어, 이제 새로운 문명의 규범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그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과 참여의 문제다.
나는 비트코인이 앞으로 어떤 법률에 의해 규제되든, 어떤 정부가 그것을 통제하려 하든, 사람들이 계속 참여하고 사용하는 한 살아남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것이 바로 자율적인 시스템의 진정한 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