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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철학적 가치, 상품이 아니다

by 비트연구원 2025. 4. 13.

비트코인 가치

비트코인은 자율적 규범이다

많은 이들이 비트코인을 단순한 디지털 화폐나 투자의 수단으로 본다. 하지만 나는 이 글에서 비트코인이 단순한 도구(product)가 아니라, ‘자율적 규범’으로서의 질서를 구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자 한다.

‘자율적 규범’이란 국가나 제도, 권력이 강제한 것이 아니라, 인간 사이의 신뢰, 상호 작용,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질서를 뜻한다. 중세 상인들 간의 상법처럼, 비트코인도 인간 공동체 내에서 발생한 자생적 질서다.

이러한 규범은 문명적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다듬어진 보편적 가치와 상호주의에 기반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빌렸다면 갚아야 한다는 상호 작용이 그러한 규범이다. 이 글에서는 이처럼 비트코인이 구현하는 자율적 질서가 무엇인지, 그것이 기존 제도나 상품과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비트코인 철학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관점은 단순한 기술이 아닌 철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철학에서 ‘가치’란 개념은 복잡하며, 단순한 경제적 효용만으로는 정의할 수 없다. 예컨대 칼이나 핵폭탄처럼 유용하더라도 그 사회적 총합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는 명확하지 않다.

비트코인을 단순한 투자 상품으로 보면, 그 본질적인 가치를 놓치게 된다. 비트코인은 인류가 만들어 온 신뢰 구조와 자율적 상호작용의 디지털화이다. 여기서 우리는 ‘자율적 규범’이라는 개념을 사용해야 한다. 즉, 법이나 제도에 의해 강제되지 않고도 작동하는 자발적 질서가 비트코인을 지탱하고 있다.

자율적 규범은 자유주의 전통에서 중요한 개념이다. 비트코인의 분산된 구조, 블록체인의 투명성, 탈중앙화 원리는 모두 이 자율성의 철학적 근거 위에 놓여 있다.

상법과 비트코인

중세 유럽의 상법(Lex Mercatoria)은 국가가 만든 것이 아니라 상인들 간의 자율적 거래 관행에서 발생한 규범이다. 이는 ‘자율적 규범’의 전형적인 사례로, 국경이나 왕권을 초월하여 작동했다는 점에서 비트코인과 매우 유사하다.

상법의 핵심은 신속성, 보편성, 신뢰였다. 거래의 속도를 보장하기 위해 상인들이 스스로 판결을 내리고, 자신들만의 재판 체계를 구축했으며, 이는 국가의 법보다 더 빠르게 작동했다.

비트코인은 지금의 디지털 세상에서 이와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등가 교환, 투명한 기록,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는 자율적 질서. 이것이 바로 디지털 상법의 구현이라 할 수 있다.

나는 비트코인을 새로운 시대의 상법, 즉 ‘자율적 규범’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인류의 질서에 대한 사고방식을 바꾸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자유주의 전통과 질서

비트코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구 자유주의 전통에서의 ‘질서’ 개념을 알아야 한다. 이 질서는 국가가 부여한 것이 아닌, 인간이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한 자율적 규범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담배 한 갑을 친구에게 빌리고 갚지 않았다면, 법적으로는 문제가 안 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행동이 도덕적으로 잘못됐다고 느낀다. 왜일까? 이는 우리 안에 있는 자율적 규범, 즉 상호주의적인 감각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자율적 질서는 제도나 실정법보다 오래됐고, 깊으며, 보편성을 지닌다. 비트코인은 이러한 질서를 디지털 기술로 구현한 사례다. 블록체인은 신뢰를 강제하는 대신, 합의와 투명성을 통해 자율적 작동을 유도한다.

자유주의는 ‘마음대로 하는 자유’가 아니라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자율과 책임을 중시하는 철학이다. 비트코인은 이 철학을 완벽하게 담고 있는 자율적 질서의 표현이다.

 

비트코인은 ‘무엇에 쓰이나’를 따질 수 있는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 공동체가 만들어온 보편 질서와 자율적 규범의 구현물이다. 구성주의적 관점에서 만든 제도나 법률이 아닌, 역사적 경험과 상호 신뢰에서 비롯된 진짜 질서가 비트코인이라는 형태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우리는 이 새로운 디지털 질서를 이해하고, 그 안에 담긴 철학을 성찰할 때 비로소 비트코인의 진정한 가치를 마주할 수 있다. 단지 가격이 오르내리는 투자 자산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질서를 재정의할 도구로 바라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