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매집과 거래소 입출금 흐름
최근 비트코인 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현상은 '고래의 매집'이다. 고래란 비트코인을 대량 보유하거나 한 번에 많은 물량을 움직일 수 있는 투자자 또는 기관을 말한다. 이들의 움직임은 온체인 데이터를 통해 일정 부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거래소 입출금 데이터를 보면 고래의 전략을 유추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거래소 입금보다 출금이 더 많아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런 출금 증가는 단순한 수치 그 이상을 의미한다. 거래소에 입금이 많다는 것은 비트코인을 매도하기 위해 옮기는 행동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출금이 많다는 것은 보유자가 비트코인을 장기 보유하거나 별도의 콜드월렛으로 이전해 시장에 매도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ETF 승인 이후 시장 구조가 바뀐 지금, 과거보다 거래소 보유량의 변화는 매도 압력의 바로미터가 된다. 최근에는 관세 리스크로 시장이 출렁이는 와중에도 거래소 내부 보유량이 줄어들고, 고래의 매집 흐름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장외 거래와 장내 거래의 구분도 중요하다. 블랙록이나 피델리티 같은 대형 기관들은 장외에서 비트코인을 대량 매입하고, 이는 온체인 지표에서는 포착되기 어렵다. 그렇기에 장내 거래소에 남아 있는 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현상은, 고래들의 본격 매집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장기 보유자의 이동과 가격의 상관관계
온체인 분석에서 자주 인용되는 개념 중 하나가 '장기 보유자'다. 보통 155일(약 6개월)을 초과해 보유 중인 비트코인을 장기 보유 물량이라 부르며, 이들이 거래소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장기 보유자는 일반적으로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보유하는 성향이 강하고,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일정한 수익 실현이거나 시장 리스크에 대한 방어 심리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25년 1월 초, 장기 보유자의 거래소 이동량이 급격히 증가했던 구간이 있다. 그 이후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맞물리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되었다. 물론 이것이 단순한 연관인지, 인과관계인지는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장기 보유자가 거래소로 이동한 이후에는 가격 하락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그널로 참고할 수 있다.
반면 최근에는 장기 보유자의 거래소 이동이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그들이 여전히 시장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으며, 현시점을 매도 타이밍보다는 ‘관망 또는 추가 매집’ 국면으로 보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비트코인처럼 수급에 민감한 자산일수록, 이러한 ‘움직이지 않는 손’들의 태도는 추세 전환의 힌트를 제공한다.
채굴자 지표로 본 비트코인 바닥 가능성
비트코인 채굴자의 움직임 역시 시장 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데이터다. 채굴자들은 기본적으로 생산 단가 대비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하락하면 보유하고 있던 코인을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매도 흐름은 ‘항복’이라 불리는 현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가격 하락이 누적될 때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2025년 3~4월 기준으로 채굴자들의 매도 움직임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채굴자 지표인 MPI(Miner Position Index)에 따르면, 현재는 채굴자들이 대량으로 매도하기보다 오히려 보유 또는 축적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채굴자들이 매도하지 않고 물량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현재 가격이 채굴 단가 근처이거나 장기적으로 상승을 기대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채굴자의 보유량이 사상 최저치라는 분석도 있다. 이는 과거 대비 채굴 환경이 열악해졌음을 의미하는데, 난이도는 올라갔고 비용도 많이 든다. 결국 채굴자 입장에서도 시장이 회복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을 일으킬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하방 지지가 강해졌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온체인과 롱 포지션 청산, 저점 신호인가
최근 4월 초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80,000 밑으로 하락하면서 대규모 청산이 발생했다. 이른바 '롱 포지션'이 대거 정리된 것이다. 롱 포지션이란 가격 상승을 예상하고 매수에 들어간 투자자들의 계약인데, 일정 가격 하락 시 강제 청산되는 구조다. 이번 청산은 2025년 들어 가장 큰 규모였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바로 그 시점에 강력한 시장가 매수세가 들어왔다는 점이다. 즉 누군가는 대규모 손절이 나온 바로 그 지점을 '기회'로 판단하고 강하게 매수에 나섰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데이터는 가격의 바닥이 가까워졌다는 신호로 읽힌다. 특히 비트코인의 경우, 과거에도 대규모 청산이 발생한 직후 반등 흐름이 자주 나타났다.
결국 시장은 공포 속에서 기회를 만들어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가격은 하락했지만 고래는 매수 중이고, 채굴자는 보유하고 있으며, 장기 보유자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청산이 터지자마자 시장가 매수세가 들어오는 모습까지 확인된 지금, 단기적 저점에 가까워졌다고 볼 근거는 충분하다.
비트코인 시장은 지금 명확한 변곡점에 서 있다. 관세 리스크와 같은 외부 요인들이 시장을 흔들고 있지만, 온체인 데이터를 통해 바라보면 오히려 하락세가 제한되고 있으며, 다수의 고래와 채굴자들이 바닥 신호에 반응하고 있다. 온체인 분석은 후행적일 수 있으나, 여러 데이터의 조합은 시장 심리를 이해하고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된다. 지금 이 시점이 바로 기회를 찾기 위한 관찰의 시간일지도 모른다.